삼성-애플, '세븐'으로 격돌…"갤S7·아이폰7 자존심 승부"
2016.02.16 00:08:39
[미디어잇 박성우] 올해 스마트폰 시장의 키워드는 '세븐(7)'과 '파이브(5)'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올해 선보이는 플래그십(기업의 기술력을 집약한 제품) 모델인 '갤럭시S7'과 '아이폰7'에 모두 7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제품 순번이 겹치는 것은 지난 2010년 갤럭시S 출시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또한, LG전자, 애플, 샤오미가 새롭게 선보이는 'G5', '아이폰5se', '미(Mi5)'에는 모두 '5'가 붙어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애플, LG전자, 샤오미 등 제조사가 신제품을 내놓는 만큼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치열한 한판승부를 펼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평생 단 한 번' 삼성·애플 '세븐(7)'으로 격돌…"물러날 곳 없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갤럭시S7은 올해를 먹여 살릴 중요한 제품이다. 실패작으로 여겨지는 갤럭시S5에 이어 갤럭시S6까지 기대치보다는 저조한 실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때 분기당 6조7000억원을 넘어서던 IM사업부의 영업이익은 작년 4분기 2조2300억원으로 3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J나 A시리즈와 같은 중저가폰도 중요하지만, 플래그십인 S시리즈에서 나오는 프리미엄 이미지가 하위 제품군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며 "매년 갤럭시S 시리즈는 가장 중요한 제품이지만, 올해는 애플과 겹치는 ‘7’이 들어간 만큼 각오가 남다른 상태"라고 말했다.
갤럭시S와 아이폰 시리즈의 제품 순번이 일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2010년 갤럭시S을 출시한 뒤 올해 갤럭시7까지 7년간 매년 갤럭시S 시리즈를 출시해왔다. 반면, 애플은 2009년 아이폰3Gs 출시 이후 매년 아이폰4·아이폰4s, 5·5s, 6·6s 등 '숫자'와 'S'를 번갈아 표기했다.
전문가들은 갤럭시S 시리즈와 애플 아이폰 시리즈의 제품 순번이 같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내년에는 갤럭시8과 아이폰7S, 2018년에는 갤럭시9과 아이폰8이 등장하면서 겹치지 않는 식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7을 먼저 선보여 하반기 출시예정인 아이폰7의 공세에 선제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1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갤럭시S7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다.
갤럭시S7 시리즈는 갤럭시S6 때와 마찬가지로 일반형인 갤럭시S7와 듀얼엣지를 적용한 ‘엣지’ 2종류로 출시될 전망이다. 갤럭시S7은 5.1인치, 엣지는 5.5인치 슈퍼 아몰레드 초고화질(QHD)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화면 전면에는 기존보다 2배 이상 단단해진 코닝의 고글라글래스5가 사용될 예정이다.
사람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8890과 퀄컴의 스냅드래곤820을 탑재한 2개 버전으로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하반기 아이폰7을 출시할 예정인 애플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애플 전문 매체인 애플인사이더에 따르면 최근 애플은 아이폰7에 탑재할 차세대 AP인 ‘A10’의 생산을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업체) 업체인 TSMC에 맡겼다.
또 아이폰7은 카메라 렌즈가 돌출됐던 아이폰6s와 달리, 카툭튀(카메라가 툭 튀어나온 모습)가 없는 말끔한 디자인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무선충전, 3GB 메모리, 방수 기능 등이 관심을 받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7이라는 숫자가 행운의 숫자인 만큼 평생 한 번 있는 갤럭시S7과 아이폰7의 맞대결이 상징하는 의미는 크다”며 “다만 최근 스마트폰 최대 시장으로 부상하는 중국에서는 7의 발음이 화를 내다 ‘气(치)’와 같아 좋아하지 않는 숫자인 만큼 스마트폰 판매에 어떤 영향을 줄지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LG·애플·샤오미는 '5'로 승부
올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숫자는 ‘파이브(5)’다. LG전자 G5, 애플 아이폰5se, 샤오미 미5의 출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모두 제품 순번에 모두 ‘5’자를 포함한 것이 특징이다.
LG전자는 MWC에서 삼성전자의 신제품 공개행사 하루 뒤인 22일 새로운 G시리즈 ‘G5’를 공개한다. G5는 후면에 듀얼 카메라를 도입했다. 특히 광각렌즈를 사용해 다른 스마트폰에 비해 가까운 거리에서도 시야가 넓은 촬영이 가능하다.
특히 G5는 일체형 디자인임에도 빼고 넣을 수 있는 탈착형 배터리를 사용했다. 또 G5는 ‘올웨이즈온(Always-on)’ 기능도 강화했다. 올웨이즈온은 24시간 항상 켜져 있는 세컨드 디스플레이(보조화면)를 통해 시간, 날짜, 문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알림정보 등을 보여주는 기능이다.
중국 샤오미도 올해 처음으로 MWC에 참여해 전략 스마트폰인 ‘미5(Mi5)’를 공개한다. 최근 중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마이드라이버스’에 따르면 미5는 5.2인치 풀HD 디스플레이와 퀄컴의 스냅드래곤 820을 탑재했다. 이외에도 3GB 램(고급 버전은 4GB), 64GB 내장공간, 근거리무선통신(NFC), 1600만 화소 후면 카메라, 3000밀리암페어아워(㎃h) 배터리 등을 추가했다.
그동안 프리미엄 고가폰 위주였던 애플도 중저가 라인업 확대에 나선다. 애플은 오는 3월 아이폰5s의 후속모델인 아이폰5se를 공개한다. 이 제품은 4인치대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으며, 그동안 출시되지 않은 핫핑크 색상이 옵션으로 추가될 예정이다.
민태기 충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올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7과 5는 대단히 중요한 숫자”라며 “특히 삼성전자와 애플이 오랜 라이벌답게 프리미엄 시장에서 같은 순번인 7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foxp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