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86 서버'의 반란…클라우드 넘어 코어뱅킹 영역 넘보나?
2016.02.15 00:12:12
[미디어잇 김남규] 국내 x86 서버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x86 서버는 저가 서버라는 과거의 이미지를 씻고, 최근 들어 금융권 내 미션크리티컬한 거래시스템으로까지 영역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어, 금융권 내 핵심 인프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하나금융투자가 차세대 프로젝트를 통해 유닉스 서버 기반의 기존 IT 인프라를 x86서버로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하나금융투자의 유닉스 교체 사업에는 레드햇리눅스 기반의 후지쯔 x86 서버 프라이머지가 공급될 예정이다. 현재 한국후지쯔 측은 다양한 네트워크 구성을 지원하는 다이내믹롬(DynamicLoM) 기술을 활용해 x86 서버로도 고성능 유닉스 서버에 견줄만한 안정성과 신뢰성, 유연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의 차세대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완료될 경우, 미션크리티컬한 영역에서의 x86 서버 입지는 한층 더 탄탄해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올 하반기 본격적인 서비스를 앞두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인프라 구축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역대 최초로 코어뱅킹 시스템에 x86 서버가 도입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시각이다.
현재까지 금융권의 코어뱅킹 시스템에 x86 서버가 활용된 사례는 전무하다. 그러나 올 하반기로 예정된 인터넷전문은행의 서비스 오픈 일정을 고려하면, 기존 시중은행과 유사한 형태의 IT 인프라를 갖춘다는 게 사실상 쉽지 않다. 무엇보다 2000억원대에 불과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자본금을 감안하면, 유닉스보다 저렴한 x86 서버 기반의 뱅킹 인프라를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클라우드 서비스로 x86 서버의 안정성이 검증된 점도 주효하다. 이미 공공시장에서는 클라우드 시장 확대를 위한 ‘클라우드 발전법’ 시행으로 가상화 기술 도입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시장이 확대되면서 다양한 구축사례가 등장하고 있으며, 서비스 효율성도 한층 발전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심지어 일반 기업의 경우에는 가상화와 클라우드 시스템을 도입하는 행위 자체가 기업의 경쟁력 향상으로 인식될 만큼, 클라우드 기술의 완성도가 높아진 상태다.
클라우드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추세는 시장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올해 전 세계 IT 투자의 절반 이상이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했고, 이 같은 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오는 2020년에는 6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국내 클라우드 시장도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IDC에 따르면, 국내 클라우드 시장이 정부의 클라우드 진흥법 시행으로 지난해 약 1783억원을 기록했고, 향후 5년간 연평균 19%씩 성장해 오는 2019년에는 3500억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같은 영향으로 국내 x86 서버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한국IDC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국내 x86서버 시장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1년 만에 성장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3분기까지 집계된 국내 x86서버 시장은 출하량 기준으로 약 3만4200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25.5% 성장한 것으로, 한국IDC가 지난 2000년부터 시장을 집계한 이후 3분기 기준으로 최대 실적이다.
업체별로는 한국HPE가 총 1만3890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27% 증가세를 기록하며 업계 1위 자리를 지켰다. 같은 기간 점유율도 40.5%로 선두를 유지했다. 뒤를 이어 델코리아 7747대, 한국레노버 4917대, 한국후지쯔도 2939대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x86서버 기술 자체가 급속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한국HP가 선보인 ‘인티그리티 수퍼돔 X’의 경우, x86 환경을 기반으로 하지만 단일 플랫폼 성능에서 기존 유닉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인티그리티 수퍼돔 X는 비즈니스 프로세싱과 의사결정 지원, 기업 데이터베이스 등 핵심적인 리눅스 워크로드를 위해 슈퍼돔의 혁신과 x86의 효율성을 결합한 제품으로, 미션크리티컬 환경에서 요구되는 확장성과 가용성을 보장한다.
IT 업계 한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인프라 구축에 대한 업체 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며 “현실적으로 유닉스 환경을 도입하는 데 한계가 있어 x86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금융권에서는 x86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게 현실이기 때문에 실제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IT 인프라가 x86 시스템으로 구현될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최근 들어 금융권에서도 x86 시스템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김남규 기자 nice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