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닝PC가 뜬다…200만~500만원대 선호도 높아
2016.02.17 20:05:04
[미디어잇 이윤정] "태어날 아기가 학생이 되어서도 사용할 수 있는 PC를 구매하고 싶어요."
튜닝PC 전문업체인 프리플로우의 엄상호 대표는 "얼마 전, 한 예비 엄마가 견적상담을 통해 아이가 커가는 과정을 PC에 저장하고, 그 아이가 학생이 되어서도 사용할 수 있는 튼튼한 PC를 구매하고 싶다며 풀옵션으로 600만원대의 튜닝PC를 구매했다"며 "튜닝PC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고 말한다.
고급형 조립PC에 대한 수요가 수백만원대를 호가하는 튜닝PC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남들보다 특별한 것을 원하거나, PC를 여러 번 업데이트 혹은 교체하는 것보다 오래 사용할 수 있는 튜닝PC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고해상도 콘텐츠의 증가로 관련 업체와 유저들이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고급형 PC로 튜닝PC를 선택하고 있는 것도 시장을 키우고 있다.
임태민 폴라리스컴 대표는 "2016년 PC 시장의 키워드는 튜닝이 될 것이다. UHD 모니터로 게임을 하려 해도 최고 사양의 PC가 필요한데, VR은 그보다 더 높은 사양의 PC가 요구된다"며 "VR이 인기를 끌면서 고사양 PC의 수요도 동반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다.
또한 10만원대 그래픽카드 10개 판매할 때 50만원대 고급형 그래픽카드가 1대 판매되던 이전과 달리, 최근에는 고사양 그래픽카드 수요가 늘어난 것도 고급형 PC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음을 입증한다며, 고급형 PC로 튜닝PC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덧붙인다.
여기에 더해 고사양의 데스크톱 PC가 서버 및 워크스테이션과 경계가 모호해질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할 뿐 아니라 관리가 수월한 점을 들어 튜닝PC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사용자층도 넓어지고 있다. PC 운영체제인 윈도를 설치할 줄 모를 정도로 PC를 잘 다루지 못하는 일반인도 튜닝PC를 구매할 정도로 사용자층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 최근에는 200만~300만원대의 튜닝PC를 구매하는 여성층이 늘어날 정도로 소비자층이 다양해지고 있다.
구입 가격대도 높아지고 있다. 용산전자상가에서 판매 비중이 높은 조립PC가 50만원에서 100만원대라면 튜닝PC 전문업체인 프리플로우와 폴라리스컴에 따르면 주로 판매되는 튜닝PC는 200만~500만원대.
폴라리스컴에서 상품화한 튜닝PC를 살펴보면 150만원대에서 1000만원대까지 스타일과 성능, 가격대가 다양하다. 가장 많이 판매되는 300만~500만원대 제품은 쿨링 비용만 대략 100만원정도. 업체에 따르면 한미마이크로닉스가 공급하는 써멀테이크 케이스 기획 모델로 익스트림 커스텀 수냉 시스템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는데 3가지 모델 중 가장 비싼 300만원대 제품이 반응이 좋을 정도로 구입 가격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
관심이 높은 수냉식 쿨링 시스템의 경우 성능 저하가 더디고 원하는 색상으로 꾸밀 수 있어 쿨링 비용만 200만~300만원정도 지불하고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프리플로우에 따르면 200만~300만원대의 튜닝PC 판매량이 높지만, 특별한 것을 원하는 고객들이 500만원대, 기업 고객은 700만~1000만원대를 선호한다고 전한다.
엄상호 프리플로우 대표는 "튜닝은 동일한 칩셋이라도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다. 예쁘게만 만든다면 저렴한 비용으로도 튜닝PC를 만들 수 있겠지만, 디자인은 물론 성능도 고려해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제안한다"고 말한다. 고객 만족과 제품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튜닝PC가 출고되기까지 8가지 이상의 테스트를 거칠 정도다.
한편, 튜닝PC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것에 반해 아직까지 전문성을 갖춘 업체는 전국에 5곳 정도에 불과하다.
수냉 시스템을 갖춘 튜닝PC는 냉각수가 흘러서 부품이 망가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국내는 부품업체들이 이와 관련해서 보상 규정이 없어, 전문성 없이 뛰어들기에는 수백만원대 PC 비용을 업체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게다가 세심한 주의와 기술이 요구되는 튜닝PC를 제작하기 위한 기술력을 갖추기 위해 교육 지원 등의 투자도 마진이 박한 조립PC 업체들에는 쉽지 않다.
튜닝PC가 나오기까지 수차례의 테스트와 조립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박리다매 생산이 쉽지 않은 점도 다수의 업체들이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다.
폴라리스컴가 한 오프라인 디자인샵에서 튜닝PC를 판매하겠다고 공급을 요청했지만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튜닝PC 제작 과정을 영상으로 직접 제작할 정도로 열정을 보이는 프리플로우 엄상호 대표는 "스마트기기가 보급화되긴 했지만 컴퓨터만의 매력이 있다"며 "PC 시장은 질적으로는 성장하고 있으며, 튜닝PC가 대중화될 수 있도록 제품 개발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 it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