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전된 스마트폰 사업, 배터리서 '답' 찾는다
2016.02.25 18:46:34
[미디어잇 최재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각 제조사들의 '배터리(충전)' 기술이 화두가 되고 있다. 통화·문자·SNS는 물론, 일상적인 업무까지 스마트폰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빠르고, 간편하게 충전하고, 오래 쓸 수 있는 배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방전된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타개책으로 '배터리' 경쟁력 강화에 팔을 걷어붙인 제조사들의 기술을 짚어봤다.
LG전자 부활의 신호탄은 'G5 서랍 배터리'
작년 3분기 776억원, 4분기 438억원 모바일 사업부문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침몰 위기에 봉착했던 LG전자가 전략 스마트폰 'G5'에 전에 없던 '서랍형 배터리'를 탑재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단말기 하단부를 서랍처럼 당기면 배터리 모듈이 분리되는 신개념 기술을 도입한 것.
'G5' 출시 전부터 LG전자가 서랍형 배터리 방식을 채용할 것이라는 추측은 제기 됐지만, 실제로 이 같은 기술이 눈앞에 펼쳐졌을 때 많은 이들이 환호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 등 외신들은 "고전적인 방식을 벗어난 '혁신적' 아이디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온라인상에서는 전작 'G4'에 실망했던 네티즌들도 대부분 기대 이상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G5'의 독특한 배터리가 큰 관심을 끌자 'G5' 개발을 진두지휘했던 조준호 MC사업본부 사장은 모듈형 배터리 방식을 채택하게 된 뒷이야기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처음부터 거창하게 계획을 했던 건 아니었다"면서 "배터리 탈착형을 원하는 소비자 요구를 반영해 옆으로 뺄까, 아래로 뺄까 고민하다, 아래로 빼면 다른 걸 끼워도 되지 않겠냐는 판단해 모듈형 스마트폰이 나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배터리를 뺐다 꼈다 반복하는 동안 물이나 이물질 등이 들어가거나 연결 부분이 헐거워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조 사장은 "공학적으로 시뮬레이션을 거쳐 보강했기 때문에, 충분히 버틸 것이라 믿는다"고 설명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발표한 '2015년 삼성전자의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순위를 살펴보면, 삼성·애플·화웨이·레노버·샤오미가 나란히 '톱5'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LG전자는 중국 업체들의 등쌀에 밀려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LG전자가 신개념 배터리 방식을 채용한 'G5'를 통해 흑자전환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中 5위 오포는 왜 MWC 2016서 '충전 기술'을 선보였을까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오포(OPPO)가 글로벌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킬 만한 배터리 충전 기술을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오포는 23일(현지시각) MWC 2016에서 2500mAh 용량의 배터리를 단 15분 만에 100%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오포는 '슈퍼 부크 플레시 차지(Super VOOC Flash Charge)'로 명명된 이 기술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스마트폰 충전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9월 퀄컴의 자회사 퀄컴 테크놀로지는 차세대 고속충전 기술인 '퀵차지 3.0'을 선보인 바 있다. 이는 35분 동안 스마트폰 배터리를 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이다. 오포가 발표한 '슈퍼 부크' 기술은 '퀵차지 3.0'보다 무려 3배 빠른 속도로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아울러 '슈퍼 부크' 기술은 5볼트 전력을 사용하므로, 고전압을 사용하는 기술 대비 배터리 온도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며 충전할 수 있다. 때문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중에도 고속으로 충전할 수 있고, 충전을 위한 별도의 전압 컨버터도 필요치 않다는 게 오포 측의 설명이다.
스카이 리 오포 부회장 겸 글로벌 모바일 사업부 총괄 책임자는 "우리는 소비자들과 최고의 기술 혁신을 위해서라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면서 "MWC 2016에서 이런 획기적인 기술을 공유할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15년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샤오미 15.4% ▲화웨이 14.2% ▲애플 11.3% ▲비보 8.4% ▲오포 7.6% 순으로 나타났다. 오포와 샤오미, 화웨이의 점유율은 약 2배 차이가 난다.
오포가 내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샤오미, 화웨이와의 맞대결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서 오포가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에서 '배터리 충전' 기술을 대표적으로 선보인 것은 소비자들이 '배터리 충전' 기술 경쟁력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
한편, '슈퍼 부크' 기술이 적용된 충전기는 마이크로USB 또는 USB-C타입 기기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으며, 오포 스마트폰에서만 구동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vs 애플,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장서 맞붙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숙명의 라이벌 관계인 삼성전자와 애플이 머지않아 '무선충전' 기술 경쟁을 펼치게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작년 '갤럭시S6' 시리즈를 공개하면서 패드 위에 스마트폰을 올려놓기만 해도 충전이 되는 '무선충전'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이번 MWC 2016에서 공개한 '갤럭시S7' 시리즈에도 '고속 무선충전' 기술을 탑재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고려해 신제품의 배터리 용량도 대폭 늘렸다. '갤럭시S7'은 전작 '갤럭시S6'(2550mAh)보다 18% 배터리 용량을 늘린 3000mAh 배터리를 탑재했으며, '갤럭시S7 엣지'는 전작 '갤럭시S6 엣지'(2600mAh)보다 38% 늘어난 3600mAh 배터리를 장착했다.
사실상 무선 충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독주 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애플이 내년 무선충전 기술을 탑재한 아이폰을 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협력사와 함께 먼 거리에서도 무선충전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는 2017년에 출시될 '아이폰7S'에 적용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해외 IT전문매체 엔가젯 등 외신들은 애플이 에너저스사의 와트업 무선충전 기술 사용에 대한 제휴를 맺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는 4.5m 거리에서도 스마트폰을 무선충전할 수 있는 기술로 알려졌다. 매우 작은 무선충전 수신용 칩이 스마트폰 내부에 탑재되고, 4.5m 거리 내에서 스마트폰 충전이 가능토록 하는 무선 전송방식 충전기가 사용된다. 무선충전 시장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을 만한 기술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와트업 무선 충전기술을 시연 동영상을 보면 1개의 충전기에서 2대의 스마트폰을 추적해 무선 충전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최대 몇 대의 스마트폰까지 충전이 가능한지, 그리고 인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전자파 유해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홍콩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향후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는 배터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라며, 배터리 착탈식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거의 없는 만큼 올해는 이것이 중요한 신제품 동향이 되고 솔루션 쪽에서는 고속충전 및 무선충전도 새롭게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최재필 기자 mobilecho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