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만 1등' 삼성전자, 2016년 '수익성' 비상…애플·中업체 ‘샌드위치’ 고전
2016.02.01 15:59:27
[미디어잇 박성우] 삼성전자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했다. 고가의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미국 애플에, 중저가폰은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고전(苦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샌드위치 상황이 지속할 경우 판매량은 늘지만 오히려 이익은 감소하는 '풍요 속의 빈곤'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총 813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해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이는 2014년 4분기보다 9%(680만대) 증가한 수준이다.
반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 부문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2조2300억원으로 전 분기 2조4000억원에 비해 0.17% 감소했다. 연간으로는 2014년보다 4.42%나 줄었다.
삼성전자, 애플·中 업체 '샌드위치' 경쟁…"판매는 늘지만 이익은 줄어"
삼성전자의 실적은 한마디로 "판매는 늘었지만, 이익은 줄었다"로 표현할 수 있다. 지난해 출시한 프리미엄폰인 '갤럭시S6'와 '갤럭시노트5'의 판매가 기대에 못 미치는 가운데 중저가폰의 판매가 늘어난 탓이다. 이는 판매는 늘었지만 남는 장사는 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실제 갤럭시S6의 경우 기본형인 갤럭시S6에 비해 갤럭시S6 엣지의 판매가 좋았지만, 초반 수율 문제로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기도 했다. 갤럭시노트5 역시 기대만큼의 성적표를 받지 못했다.
삼성전자의 판매대수 증가는 중저가폰의 힘이 컸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0.1%다. 이는 2014년 4분기(19.6%)에 비해 0.5%포인트 늘어난 수준이다. 신흥국을 겨냥한 갤럭시Z와 갤럭시J·A 등 중저가폰의 판매가 늘어난 영향이다. 삼성전자는 중저가폰 라인업을 앞세워 작년 3분기부터 인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이익이다. 과거 프리미엄폰이 잘 팔리던 시절에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애플과 자주 비교됐다. 애플은 폭스콘에 생산을 위탁하고 제품군을 단순화시켰는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애플보다 크게 뒤졌다.
지난해 4분기 애플의 순이익은 184억달러(약 22조1000억원)로 삼성전자의 10배 수준이다. 스위스 금융기관인 크레디트스위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폰 영업이익의 84%를 애플이, 16%를 삼성전자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삼성전자의 이익이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저가폰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운 중국 업체들이 선전하고 있고, 애플 역시 올해 4인치대 중저가 아이폰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국내 한 제조사 관계자는 "이미 과거 마진이 높았던 프리미엄폰 시장에서조차 삼성전자와 애플의 수익 격차는 컸다"며 "시장이 중저가폰 시장으로 변화하면서, 삼성전자의 수익성에 비상이 걸린 상태"라고 말했다.
'대세' 중저가폰, 中 업체에 '고전'…삼성전자 中 점유율 5위권 밖으로
삼성전자의 미래를 더 어둡게 만드는 것은 '중국'(中國)'이다. 삼성전자는 중저가폰이라는 시장 트렌드에 발맞춰 재빨리 중저가 제품군을 선보였다. 하지만 가격과 중국 내수 시장 경쟁력을 앞세운 화웨이, 샤오미, 레노버 등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글로벌 판매량 톱5 순위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에 이어 3~5위를 화웨이, 레노버, 샤오미가 차지했다. 이들 중국 기업의 점유율은 17.9%로, 아직 삼성전자(20.1%)나 애플(18.5%)에 비해 미약하지만 매년 성장폭이 증가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선전은 중저가폰이 이끌었다. 이미 국내 시장에서도 중국산 중저가폰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상황이다. 샤오미 '홍미노트3', 화웨이 'Y6', 알카텔 '쏠' 등 중국산폰이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중국 화웨이의 판매량은 지난해 중국업체 최초로 1억대 판매를 넘어섰다. 이 업체가 출시한 P8은 누적판매 450만대를 넘어서는 등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중국 바람이 거세다.
중국 업체들의 선전 탓에 삼성전자의 중국 내 입지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현지 업체들에 밀리면서 점유율이 처음으로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1위는 15.2% 점유율을 기록한 화웨이가 차지했고, 그 뒤를 샤오미(14.8%), 애플(13.1%), 비보(10%), 오포(9.2%) 등이 이었다. 애플은 제외하면 모두 중국 브랜드다.
국내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프리미엄은 애플에, 중저가는 중국업체에 밀리면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있다"며 "스마트폰 시장이 중저가폰으로 바뀌고 있는 시장 상황 역시 삼성전자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foxpsw@chosunbiz.com